'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로도 유명한 마르셀 에메의 소설 '벽을 드나드는 남자'는 마르셀 에메의 다섯 개의 단편집 중 하나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에메는 짧은 이야기, 특히 상상력과 특이한 인물을 독창적으로 창조하여 위트와 아이러니를 조합시키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뒤티유욀은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사는, 아니면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비범해보이는 그런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서 자신에게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능력,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의 비상한 능력을 깨닫고 '능력'을 없애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자기의 존재감을 한 번 더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자기는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임과 동시에 자신의 우월함을 자기 자신이 인지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초인적 삶을 살던 뒤티유욀은 지쳐버렸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삶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능력'을 사용하다가 벽 속에 갇히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마르셀 에메의 작품은 짧고 명료하다. 주인공의 초인적인 능력을 신나게 그리다가 어느 순간 다시 뺏어버린 장면은 흥미롭다. 작품 속 뒤티유욀은 '능력'을 없애고 싶어했다. 하지만 '능력' 없어지자 '능력'에 대한 아쉬움만 더했다. 마치, 평소에 골칫덩이로 여기던 물건이 막상 필요할 때 없어진 것처럼. 그에게 주어진 '능력'이란, 하늘이 내린 행운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던 그에게 하늘은 행운을 다시 앗아간게 아닐까?
이처럼,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기보다는 항상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것으로의 발전은 요원하다.
마르셀 에메가 전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경이로운 이야기 속에 담긴 현실에 대한 풍자는 결말에 대해 한번 더 곱씹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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