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의 낯설음
'삶은 기다림'이라는 슬로건이 포스터에 적혀있는 것처럼, 영화 '터미널'은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만, 그 기다림이라는 것이 종류에 따라 보는 이에게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주인공 '빅터'가 겪는 기다림은 조국과 아버지와의 약속, 그리고 로맨스이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다. 유쾌한 기다림도 있지만, 불안하고 초조한 기다림이 대부분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무언가를 원하지만, 그것을 얻는 시기가 먼 훗날에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다가올 수도 있고,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약없는 기다림'이라고 한다. 어찌되었던 두 종류의 기다림은 모두 낯설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며, 익숙한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는 생전 처음 방문하는 거대한 최신식 공항을 배경으로 그려냄으로 인해 장소가 가진 낯설음까지 드러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간이 작은 이에게는 낯선 공항에서 나라를 잃는 경험은 상당히 낯설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이어져있어 이러한 낯설음은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외로움이라던지, 슬픔도 부차적으로 따를 수 있다.
톰 행크스의 연기는 '처음 먹어보는 생소한 국밥' 같았다.
'사랑'이란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겪을 수 있는, 어쩌면 익숙한 감정이다. 사랑이 아니라고 하면 설렘의 언저리에 있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러나 이러한 사랑이나 그 설렘은 항상 새롭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져도 항상 다른 마음과 다른 느낌이다. 심지어 조국을 잃은 상태라도.
우리에게 꽤나 익숙할 수 있는 이 시츄에이션을 톰 행크스는 매우 친숙하지만 전혀 색다르게 풀어냈다. 마치,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국밥을 먹어보고는 '그래도 역시 국밥은 국밥'이라며 무릎을 잼잼 쳐대는 듯한 기분이다.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낯선 상황이지만, 그 상황을 친근하고 공감갈 수 있게, 은근하게 풀어냈다.
사랑과 감동, 전형적인 미국 휴머니즘 스토리...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휴머니즘에는 알면서도 항상 당하게 만드는 묘한 감정이 살아있다.
이어질 수 없는 애틋한 연인을 기다리는 그 마음,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을 이어가려는 그 마음은 항상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톰 행크스의 코믹 연기와 가미되어 왠지 웃기다. 웃긴 휴먼 스토리를 엮어낸다. 그러면서도 그 감정이 슬프다. 하지만, 슬픈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하다.
전형적인 요소들은 영화 도처에 깔려있다. 욕심 많은 악인은 단 한 명이고, 나머지는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복해 그를 돕는다. 나중에는 심지어 그 악인의 충실한 심복들마저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과 열정에 그를 돕고 만다. 그리고 그 악인 역시 순순하게 굴복하고 만다.
이러한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권선징악 스토리지만, 정이 가는 이유는 그 내용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개연성과 주인공 및 등장 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이 공감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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