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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문화예술

영화 '빅 쇼트(Big Short)'를 통해 세상 바라보기



영화 '빅 쇼트(Big Short)'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경제 재앙이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4명의 주인공이 이를 미리 감지하고 투자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사실 이미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화려한 홍보 포스터에 드러난 "돈 벌 준비 됐죠?" 같은 마치 영화 '기술자들'이나 '도둑들' 같이 엘리트 팀 조직이 기분 좋게 문제를 해결하는 신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렇게 호기로운 영화는 아니다. '빅 쇼트'는 오히려 재난 영화 같은, 혹은 세태를 고발하는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언가 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조절해서 읽기 바란다. 


1. 파레토의 법칙(Pareto's Law)


상경계열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한 당신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인 '파레토의 법칙'은 상위 20%가 전체의 80%의 부를 차지한다는 용어이다. 이것을 응용한다면, 특정 가게의 매출액 80%는 상위 20%의 품목에서 나타난다거나, 전체 성과의 80%는 상위 20%의 직원들에게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이것을 마찬가지로 살펴보면, 세상의 하위 80%들의 이야기들은 사실 별로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에는 멍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똑똑한 사람들은 20% 밖에 되지 않지만, 대중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이 잘못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논리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대부분의 특별한 일들이나 정보는 소수에게서만 공유된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어쩌면 가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세를 이루는, 혹은 대다수의 의견을 통해 공론화된 사실이 무조건 진실이며, 보다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넌센스일 수 있다. 


결국 다시 말하면 당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제도 혹은 당신의 어떤 것, 당신의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 어떤 것이라는 것은 상당히 문제점이 많은 무언가일 수 있다. 


2. 본질을 따르지 않을 때


우후죽순 생겨나는 모기지론을 위시한 파생금융상품은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결국에는 사상누각이였다. 이것은 영화 마지막에 처참한 재앙으로 나타난다. 약 600만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는 황당함 속에서 실질적으로 그 집들은 그대로 존재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진 집이지만, 살 수 없게 된다. 모든 집들은 텅텅 비어있지만, 사람들은 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든지 신용도조차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나머지의 것들은 완전히 무시한 채 일을 벌여낸 댓가이다. 


어떠한 일을 하든 본질에 어긋나는, 형식적이거나 혹은 겉치레에 집중하게 될 경우 끝은 좋지 않다는 일말의 교훈을 시사하는 데, 극 중 마크 바움은 연설을 통해 '사기라는 것들로 제대로 된 역사는 단 한번도 없다. 사기라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고 처참한 결과를 맞이한다'는 내용의 메세지를 전달함으로써, 이 교훈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돈을 벌어들인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 역시 단지 다른 사람의 돈을 벌어들인 것일 뿐, 실질적으로 바른, 옳은, 혹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더해진다. 


결국, 세상에 많은 일들이 있지만, 상당수의 일들은 진정으로 사람 혹은 고객, 누군가를 위한 일 따위의 그 일이 지닌 진정한 가치에서 비롯된 본질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당신이 비즈니스를 할 때, 혹은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가진 속성에 옳고, 정도에 부합하게 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반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유심히 감지한다는 것은 문제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을 해결하는 가치있는 일을 해낼 수도 있다. 



3. 신념, 가치, 혹은 소명 의식 


극 중에서 마크 바움은 자신의 소신이 분명한 이이자, 금융 시스템을 혐오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가 혐오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잃어버린 본질과 타락이다. 마크 바움은 이러한 생각 아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며, 마크 바움 외에도 각 주인공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한다. 


물론 그들이 행하는 일들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관점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비즈니스를 하는 당신이라면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나 신념, 혹은 이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가지고 일을 행했을 때,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포착했을 것이다. 극 중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은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결국 무언가를 해낸다. 물론, 마냥 좋은 일은 아니였지만. 


이러한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열정과 목표의식, 나름의 강력한 생각들과 다른 종류의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열정과 생각, 자신감을 갖춰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이것은 스타트업이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