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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문화예술

Eagles-Hotel California, 그것이 전하는 메세지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ley place'


Eagles - Hotel california 


우리에게는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로 매우 널리 알려진 밴드다. 하지만 ‘호텔 캘리포니아’는 낭만적인 곡도,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도 아니다. 의외로 가장 미국적인 그룹이지만 그들의 역정과 노래속에는 미국찬양이 없다. 독수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또한 독수리들(이글스)이 추구하는 컨트리록도 가장 미국적인 음악이다. 16세기초 신대륙(북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세월을 거치면서 이 지역을 정복해나가는 동안 원주민의 블루그래스 음악을 변형시켜 미국의 전통음악 포크를 만들었고 여기에 리듬감과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컨트리앤웨스턴이라는 미국의 대중가요를 발전시켰다.

 

이 시기 노동력의 절대부족이란 명제하에 신대륙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침략해 흑인들을 노예로 신대륙에 강제이주시켰다. 하루 아침에 고향을 잃고 노예신세가 된 흑인들은 삶의 고달픔을 노래했고 이것이 블루스로 발전했다. 여기에 리듬이 가미해져 리듬앤블루스와 재즈가 탄생됐고, 백인들은 리듬앤블루스와 컨트리앤웨스턴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로큰롤을 탄생시킨다. 바로 오늘날 세계 대중음악의 핵인 록의 효시가 태어나는 것.

 

역사가 이러니 이글스의 컨트리록은 가장 미국적인 대중가요다. 미국인들이 이글스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글스가 연주에 아주 뛰어났던 것도 음악성이 매우 앞서갔던 것도 아님에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글스의 창립멤버인 글렌 프레이(기타)와 버나드 리든(기타)이 린다 론스태드의 백업뮤지션 출신이라는 점. 국내 팬들에게 ‘Long long time’으로 매우 유명한 론스태드는 역시 컨트리와 이지리스닝 계열의 정상급 가수로 한국으로 치면 이미자다.

  

이글스는 1971년 이 두사람외에 랜디 마이즈너(베이스) 돈 헨리(드럼) 돈 펠더(기타) 등이 미국의 대표 연예지명인 LA에 모여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데뷔앨범 ‘The Eagles’는 이듬해 어사일럼 레코드를 통해 런던에서 출시된다. 여기서 ‘Take it easy'가 히트되며 이글스의 순조로운 행진이 시작된다. 이듬해 역시 성공적인 앨범 ‘Desperado'를 런던에서 발표한 이글스는 그해 금의환향, 미국 전국투어를 성공리에 마치고 히트밴드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다.

 

1975년은 이글스의 명성을 전세계에 떨치고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해였다. 앨범 ‘One of thease night'에서 타이틀곡을 비롯해 'Lyin'eyes' 'Take it to the limit’ 등의 빅히트곡들이 쏟아져나온 것.

 

이듬해 이글스는 나중에 그들의 재결합의 이유가 되는 ‘Hotel California’ 앨범을 낸다. 'New kid in town'이 먼저 히트된 후 동명타이틀곡과 'Life is a fast lane'이 차례로 폭발하며 정상의 컨트리록그룹임을 입증한다.

 

이 앨범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히트곡 ‘호텔 캘리포니아’를 탄생시키며 폭발적인 음반판매고 등으로 그룹을 돈방석에 앉혔다는 점. 그러나 이를 계기로 멤버들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동전의 양면이다. 음악적으로도 일취월장한 계기가 됐다. 버나드 리든과 바톤터치한 기타리스트 조 월쉬가 이글스의 음악을 아주 박진감넘치게 만들어줬다는 것은 의의가 크다.

 

또한 이들의 가사가 심오해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당시의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환상과 퇴폐의 상징적 의미다. 여기에서 그들은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의 탈출구 없는 비관적 현실을 울부짖는다.

 

여기에 굉장히 중요한 가사가 있다. 주인공이 캘리포니아 호텔에서 '와인 한 잔 달라'고 말하자 종업원이 '우리는 1969년 이후에 그런 술은 안판다'고 답한다. 1969년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꾼 반항의 축제 우드스탁 록페스티벌이 열린 해이자 미국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해다.

 

그러나 이 달착륙은 조작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1969년 이후로 젊음의 낭만과 자유는 사라졌고 미국이 세계의 여론을 조작하며 지구촌의 헤게모니를 쥐고 흔든다는 뜻은 아닐까? 그 해 이후로 희망은 전멸했다는. 또 다른 트랙 ‘The last resort’도 제목이 암시하듯 이 사회에 대한 비관이 주를 이룬다.

 

결국 그들은 1979년 마지막 정규앨범이자 가장 성숙한 내용과 높은 판매고의 ‘The long run’ 앨범을 끝으로 제목과는 다르게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여기서는 동명타이틀곡을 비롯해 ‘ Heartache tonight’ ‘I can't tell you why’ 등이 히트된다.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팬들은 ‘호텔 캘리포니아’를 이글스 최고의 곡으로 손꼽지만 이 앨범을 최고로 인정하는 음악팬들이 의외로 많다.

 

이글스는 숱한 멤버교체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내한하는 글렌 프레이(Glen Frey 기타), 돈 헨리(Don Henley 드럼), 조 월시(Joe Walsh 기타), 티모시 비 슈미트(Timothy B. Schmit 베이스) 등의 재결성 멤버는 베스트 라인업이다. 프레이와 헨리는 창립멤버고 슈미트와 월시는 전성기를 풍미한 인물이다.

 

특히 월쉬의 역할은 이글스에 대해 절대적이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의 거의 전곡을 만들었듯 이글스는 프리와 헨리가 음악을 주도한다. 그러나 이 밴드의 음악은 기타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정작 3명의 기타리스트가 제대로 폭발하는 기타 섹션을 이루지 못했다는 핸디캡이 있다.

 

이 취약점을 메워주는 멤버가 바로 조 월쉬. 그는 사실 아주 뛰어난 테크니션은 아니다. 당시의 여느 기타의 대가들처럼 블루스와 하드록에 기반한 팬터토닉 블루스 스케일을 기본으로 하지만 블루 노트와는 거리가 좀 멀고 스케일 수준이라기 보다는 멜로디에 치중해 변화를 통한 프레이징으로 각 음에 충실하는 스타일이다.

 

깁슨사의 레스 폴 모델을 즐겨쓰는 그는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깁슨의 더블네크 기타로 훌륭한 프레이즈를 들려준다.

 

비슷한 장비를 즐겨쓰고 또 기타를 서로 선물할 정돌 친한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와 비교해보자. 레드 제플린의 전설적인 명곡 ‘Stairways to heaven'의 기타 연주 역시도 깁슨의 더블네트 기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글스는 J D 사우더, 밥 시거 앤 실버불릿밴드 등과 함께 웨스트코스트 최고의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한데 음악적으로는 시거가, 지성미로는 사우더가 더 인정받으면서도 대중적인 힘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이글스다. 그것은 그들이 가장 미국적인 밴드인 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의 환부를 스스로 드러내려한다는 점에서 기인하지 않을까?